회고에 앞서

올해는 정말 다사다난했다. 많은 일들이 있었고, 많은 실패와 성공을 경험했다. 12개월을 내내 파도 속에 있는 기분이었고, 개인적으로 많이 성장하고 강해졌다고 생각한다. 나의 올해를 여기에 기록하고자 한다. 사건이 일어난 순서대로 작성될 예정이다. 확실히 1년이란 시간이 지나며 그때의 감정을 떠올리기는 어렵기도 하고, 기억을 떠올리는 것도 어렵기 때문에 중간에 기억이 가물가물한 상태로 기록한 글들이 있을 수 있다.

올해의 시작 및 2019년 목표 복기

올해가 시작하기 전에 2019년 초에 2019년 목표라고 설정했던 것들을 다시 되돌아 보았다. 해당 글은 2019년 목표 설정 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자바스크립트에 대한 이해

했다! 열심히 공부했었는데 역시 안 쓰다보니 까먹었다! 반성 포인트 1점이다.

웹 기본기 내실 다지기

사실 이제와서 말하면, 내가 생각했던 기본기라는 게 굉장히 추상적이라는 걸 깨달았다. 내가 알고 있는 정도면 충분하고 이제 더 알아가야 할 부분들은 실제로 일어나서 내게 문제가 닥쳤을 때 해결해 나가면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기록에 버릇을 들이기

중간에 정신을 놓았던 기간을 빼면, 의식적으로 기록하려고 노력했다. 내가 아는 것들을 기록하고 나누는 데 힘썼으며, 1년에 블로그 글을 이렇게 많이 쓴 적이 없었다. 단순 나눗셈으로 계산하면 무려 한 달에 글 한 개 이상 작성했다. (!) 혹자는 ‘에이 그 정도로…’ 라고 말 할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큰 성과다. 칭찬 포인트 1점이다.

기술 스택 갈고 닦기 / 나의 약, 강점 파악하기

이 부분도 칭찬할 만 하다. 나중에 적겠지만 나의 약점과 강점을 어느 정도 파악했고, 말로만 받아들이는 게 아닌 진짜 내 약점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며 이걸 극복하거나 없애려는 게 아닌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술 스택도 나름 열심히 갈고닦고 있고… 칭찬 포인트 1점이다.

알고리즘 테스트 / 졸업 / 취직

알고리즘 테스트는 할 말이 없다… 이것도 꾸준히 하루에 한 문제씩 풀도록 노력해봐야 겠다. 졸업은 내년에 할 예정이고 인턴 생활을 시작했다.

총점

몇 가지 목표는 까먹고 살았지만 몇 가지 목표는 잘 이루었다. 변화량이 상승세니까 이 정도면 성공적인 한 해다. 땅땅.

OS 만들기

학기 초에 방학을 이용해서 OS를 만들어 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이 블로그에도 있지만 부트로더까지만 만들고 때려쳤다. 핑계를 대자면 한도끝도 없지만 OS만드는 것이 미뤄진 것은 반론의 여지가 없다. 할 거 없이 잉여로울 때 해놨어야 했는데… 하지만 이걸 만들기 위해 공부하면서 얻은 것도 많다.

여러분도 대학생이라면 방학기간에 기회가 되면 부트로더 정도는 직접 만들어 보는 걸 추천한다. 정말 재밌다!

연구실 랩장을 지내며

개강을 하고, 연구실의 랩장으로써 한 학기를 보냈다. 벌써 까마득한 옛날 이야기 같지만 생각해 보니 올해 초였다. 놀랍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이때의 나는 개인적으로 고민이 많았었다. 좋은 랩장으로써, 그리고 좋은 선배로써 무언가 많은 걸 남겨주거나 가르쳐 주고 가고 싶었지만 랩원들은 말을 잘 안 듣고, 스터디를 만들어도 참여율이 저조하고, 뭘 가르쳐 주려 해도 되게 ‘떠먹여 주길 바라는’ 사람들만 널려 있었기 때문에 내가 가르치는 스타일에 잘 맞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개인적인 성장을 멈추기는 싫었기에 이 기간에 공부했던 주제들은 다음과 같다.

개인적 심리상태 및 상황

사실 연구실 랩장으로 있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이 학교에 내가 남아서 후배들을 더 키워주고 이끌어주는 게 맞는가? 아니면 내 공부나 계속 하는게 맞는가?
내 공부를 계속 해야 한다면 어떤 걸 해야 하지?
회사에 가서 내 능력을 검증하고 도전하고 싶은데, 대학원도 가고 싶고 어떻게 해야 하지?
멘토가 있었으면 좋겠다.
누군가 나의 실력을 보고 길을 안내해주면서 내 고민에 대해 계속 조언해 줄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사실 이런 심리적 문제 때문에 힘든 게 가장 컸던 것 같다. 학교에서 더 배울 건 없어 보이고, (전공 수업을 전부 다 들은 상태였다.) 실제 협업을 하면서 사용자가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건 실제 필드에서밖에 얻을 수 없는 지식이기 때문에… 핑계라면 핑계겠지만 마음이 맞고 계속 같이 프로그래밍 할 수 있는 후배나 동료가 있었다면 학교에 계속 남아 둘이서 뭐라도 만들어 봤을 것 같다. 하지만 이전 글에도 작성했듯이, 그런 건 여기서 꿈도 꾸기 힘들었고 나 혼자 살 길을 찾아나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파이콘 스피커 선정

PyCon Korea 2019 proposal is ACCEPTED!

학교 생활을 지속하던 중 ‘파이콘 연사자 모집’ 이라는 글을 보았다. 마침 그 때 나는 파이썬을 이용한 시스템 프로그래밍과 dis 를 이용한 파이썬 바이트코드 디스어셈블에 대해 관심이 많은 상태였다. 이 주제로 파이콘에서 발표할 수 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했고. 연사자 지원을 했다. 사실 주제가 주제인지라 떨어지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지만 제목이 워낙 눈에 띄는 제목을 붙였더니 좋게 봐 주었는지 파이콘 스피커로 선정되었다. 내 능력이 조금은 검증받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기분이 매우 좋았다. 이 때부터 코드를 다듬고 발표자료도 열심히 만들었던 걸로 기억한다.

원하던 회사 탈락

그러던 중 어디선가 '자기가 달리는 말의 머리가 되었다고 생각하면, 그 앞에 달리는 말의 꼬리로 갈아타야 한다.' 라는 말을 듣게 되었고, 2학기에는 인턴이나 주니어 생활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1학기 중간 고사 이후부터 준비를 계속 했었다. 당시 회사를 지원할 때 회사를 선택하는데 있어 내가 본 조건은 다음과 같다.

1. 회사가 사원의 자기개발에 대해 적극적으로 권장하는가? (매우 중요)
2. 내가 많은 걸 해 볼 수 있고, 많은 걸 배울 수 있는가?
3. 뛰어난 사람들과 같이 일 할 수 있는가?

그리고 해당 조건으로 취합 된 회사는 세 회사였다.

먼저 8퍼센트는 같이 일하게 될 사람에 대한 정보를 주는 점이 좋았다. 가면 좋은 사람과 일 할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다음으로 레이니스트는 2018 파이콘 부스에 참여해서 재미있는 것들을 많이 했던 것이 기억나고, 콘샐러드라는 테크 세미나를 주기적으로 여는 점이 좋아서 후보에 넣었다. 마지막으로 피플펀드는 기술블로그를 꾸준히 쓰고, 내용도 상당한 퀄리티를 가지고 있는 데다가 이쪽도 테크 세미나를 주기적으로 열고 있는 데다가 jojoldu 님의 주니어 개발자 채용 정보 에 적혀 있는 사내 스터디 문화 활발 이라는 문장이 너무나도 맘에 들었기 때문이다. (이 자리를 빌어 좋은 저장소 감사합니다 jojoldu님!)

열심히 자기소개서를 써서 메일을 보내 봤으나, 돌아온 건…

피플펀드 불합격

세 회사 모두 떨어졌다.

이때의 내 좌절감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자신감을 얻기 위해 시작했던 일이 오히려 초조해지는 계기가 되었고, 처음에 생각했던 회사 기준은 다 버리고 아무 회사나 막 지원하게 되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랬으면 안 되었었다. 내 철학과 생각을 끝까지 밀고 나가고, 그 기준에 내가 적합하지 않았다면 나를 더 끌어올렸어야 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회사 저 회사 내 기술 스택에 맞지 않은 회사마저 지원하였는데…

인턴 생활 - 전기

결국 서울의 한 회사에 인턴으로나마 붙게 되어,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JAVA와 Spring을 이용한 MSA 서비스를 운영하는 마케팅 솔루션 제공 업체였다. 나는 Java도 잘 몰랐고, Spring은 아예 몰랐다. MSA에 대한 개념도 희미했고 실무도 처음이었다. 이 때의 나는 참담함 그 자체였다. 회사에 출근하면 주로 듣는 문장 세 가지가

  1. 일정이 많이 늦네요
  2. 아뇨? 그거 아닌데요?
  3. 생각보다 잘 못 따라 오시네요?

였으니 말이다.

사실 내 행동방식은 내가 완벽하다 생각하지 않으면 일단 내 의견을 굽히거나 넘어가고, 나중에 완벽히 준비가 되었을 때만 말한다 인데, 당연히 자바나 스프링 둘 다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분석을 하려니 빠르게 분석이 되지 않고, 시니어분이 내게 요구하는 것이 뭔지도 잘 모르겠는 상태로 열심히 해 왔더니 완전 다른 부분이니 대답을 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한 번은 이런 말도 들었다.

일을 같이 하려면 신뢰가 중요해요, 수호씨는 저희에게 충분히 신뢰를 주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나는 이 말에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 나는 정말 열심히 하고 있고, 밤도 새 가면서 자바와 스프링 공부를 병행하고 있는데 내 모든 행동이 신뢰감이 들지 않는 행동이었다니… 개인적으로 너무 힘들어 머리가 하얗게 세어 버린 기간이었다. 하지만 이제 와 돌아보니 그 때의 나는 너무나도 위축되어 있었다. 내가 아는 걸 제대로 말하지 않고, 틀리는 것에 대해 두려워 하고 있었다. 틀렸을 때 돌아오는 날 선 비판이 너무나도 무서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말을 안 해 버리는 최악의 선택을 해 버렸고 내가 알고 있다는 걸 충분히 어필하지 못하였다.

배운 것

핵심만 말하고,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지 말고. 무언가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다면 그건 내가 하는 말에 자신이 없어서 그런 것이다. 내가 자신감을 가지고 내가 생각하는 핵심만 딱 집어서 말한다면 서로의 시간을 아낄 수 있다. 중요한 건 치열하게 알아내고, 자신감을 가지고 어필하는 것이다. 내가 ‘합리적 의사결정’을 통해 결론을 내렸다면 일단 그것에 대해 나 자신이 신뢰해야 다른 사람도 설득을 하거나 내 생각을 가지고 토론을 할 수 있다.

또한, 마일스톤을 산정하는 방법과 그걸 스프린트 단위로 쪼개고, 태스크 단위로 쪼개서 일정을 맞추면서 일을 하는 프로세스 자체를 알게 되면서 말 그대로 ‘일 하는 법’ 을 알게 되었다. 이 방법은 내가 다른 일을 할 때도 영향을 줬으며, 그 이후로 무슨 일을 하던지 조금은 체계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파이콘 2019

me on pycon

정말 재밌었다! 지금도 이 때만 생각하면 가슴이 콩닥거리고 설렌다. 나는 발표자로 참여하여 ‘Python Daemonize: 파이썬으로 악마를 만들어보자’ 라는 주제로 발표하였고. 지금 보면 부끄럽지만 (ㅋㅋ) 정말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고, 이 발표를 준비하면서 시스템 프로그래밍에 대한 이해도도 좀 높아졌다. 또한 여기서 만난 인연은 단순 인연으로 끝나지 않고 현재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회사로 옮길 때 많은 도움이 되었다.

배운 것

자존감이 올라갔다. 별 거 아닌 사람이지만 뭐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조금 더 열심히 파이썬과 파이썬이 만드는 커뮤니티의 선순환에 대해 더욱 더 애정을 가지게 되었다.

인턴 생활 - 후기

3달이 지나고, 어느 정도 안정화가 되었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고 성공적으로 일을 마치면서 뿌듯해 하고 있었다. 하지만 회사는 무언가 삐그덕거리기 시작했고, 새로운 회사를 알아봐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때 파이콘 2019에서 만난 피플펀드의 강대성님이 피플펀드로 오라는 제안을 하셨고, 그 제안을 받아들여 피플펀드에 ‘다시’ 지원을 하게 되었다. 대성님과 darjeelingt 님이 이력서 첨삭에 많은 도움을 주시고, 그 이력서들을 수정하면서 내가 원래 썼던 자기소개서와 이력서는 정말 ‘못 볼 꼴’ 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력서부터 어필이 되지 않으니 붙을 리가 있나…

열심히 쓴 이력서를 들고 가니 면접을 볼 수 있었고, 면접을 본 결과 2020년 1월부터 피플펀드의 일원으로 합류할 수 있게 되었다.

마무리하며

잘 한 일도 있고, 못 한 일도 있다. 하지만 나는 분명히 성장하고 있다. 성장선을 그리는 것 만으로도 나는 조금 더 나아졌다고 생각한다. 올 한 해는 정말 충실하고 많이 성장한 한 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