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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사람에 대해

그룹을 이끄는 것은 많은 고민과 많은 결정이 따르는 위치라고 생각한다, 설령 그것이 대학 동아리나 학부 연구실이라고 할지어도. 나는 리더가 잘못 해서 망한 동아리에도 있어 봤고, 리더의 방침으로 인해 흐지부지된 그룹도 보았으며, 현재 이 학교에서 BPMS라는 연구실을 이끌면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첫 번째 동아리는 동아리 회장의 잘못으로 망했다고 한다. 물론 나는 그 때 군 복무를 하고 있어 정확한 상황은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것은 동아리원을 마치 ‘당장 투입 가능한 인력’으로 보고 굴리려고 했다는 것이다. 두 번째 흐지부지된 그룹은 리더가 목표성도 없고, 주체도 없으며, 막연히 ‘아 이런 거 있음 좋겠다.’ 라는 생각으로 사람을 모았다가 죽도 밥도 안 되고 말아먹은 것으로 기억한다. 마지막으로 이 연구실은 딱히 주제가 없고, 교수가 프로젝트를 시키지도 않으며, 금전적으로 무언가 도움이 될 만한 것도 없다. 심지어 책 같은 경우도 지원 받기 힘든 상황이고. 온전히 나만의 힘으로 랩원들을 잡아 두고, 나만의 힘으로 이끌어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연구실 산하 동아리를 만들어 키울 생각인데, 이것 또한 고민이 많다.

그룹을 이끄는 것이 이번이 처음인가? 그런 건 아니었다. 구글 머신러닝 스터디의 지원을 받아 스터디 그룹을 운영해 본 적이 있다. 그 그룹은 꽤나 성공적이었고 나도 많은 걸 배웠다. 하지만 여기서는 상황이 다르다. 오늘의 글은 ‘어떻게 다르고, 무엇이 문제인가?’ 에 대해 분석한 글이 되겠다.

지방대의 현실

들어가기 전에 오늘날의 지방대의 현실에 대해 짚고 넘어 갈 필요성을 느낀다. 이는 대부분의 ‘지방대 컴퓨터 공학/프로그래밍’ 관련 과에서 많이 나타 날 것이라고 생각된다.

1. 인프라의 부재

지방대학교는 일단 개발 커뮤니티, 행사 등 정보를 공유할 만한 곳이 많이 없다. 모든 것은 서울에서 이루어지며 지방에서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은 참여하기가 매우 요원하다.

이런 말을 하면 꼭 서울 촌놈 친구들이 말하길, ‘어짜피 주말에 하는 데 올라와서 듣고 가면 되는 거 아냐?’ 라곤 곧잘 말한다. 그 친구들은 지방에서 서울을 왕복하는 데 드는 시간과 금전적 비용은 생각하지도 않나 보다. 또한 흔히 보이는 것이 ‘퇴근 후 코드랩’인데, 이런 것에 참가하고 싶어도 대부분이 서울에서 이루어진다. 인프라의 부재가 매우 크다는 것을 느끼는 대목이다. 지방에서 이런 거 열면 되지 않나? 라고 말을 해도, 서울 친구들은 이런 행사 있어도 ‘아 서울 아니네?’ 하고 안 오고, 지방민들은 소수라서 모아봐야 규모가 그닥 크지 않거나 모으기도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요즘 개발 트렌드나 주변 프로그래머들이 어떤 삶을 살고, 어떤 공부를 하는 지 교류할 수 있는 방법이란 매우 어렵다.

2. 패배자 마인드

이 친구들은 일단 대충 학교 졸업하교 대충 취직해서 살려고 한다. 앞에서 설명했던 인프라의 부재를 해결하기 위해 그룹을 만들어 키워 보려 해도 일단 의욕 자체가 없고 참여율이 매우 떨어진다. 한 예로, 작년에 우리 랩은 학기에 한 번씩 과 대상으로 세미나 개최와 웹 프로그래밍 강의를 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4번의 행사 동안 참여자는 단 5명이였다. 전부 합해서! 이 친구들은 기본적으로 하려는 의욕도 없고 배우고 싶어하지도 않으며 수업이나 빨리 끝나고 집에가서 롤이나 했으면 좋겠는 친구들로 가득 차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뭔가 그룹을 만들어 키워보기란 매우 힘들다.

3. 남 탓

학교 커리큘럼 탓만 하고, 학교가 나쁘다고 학교 탓만 하고, 자기 행실 돌아보지 않고 다른 거 탓하기 바쁘다. 안 가르쳐 줘서 못 한다니, 안 가르쳐 주면 숨 쉬는 것도 못 할 친구들일세.

사실 더 큰 문제들도 많지만, 일단 이 세 개를 놓고 볼 수 있겠다.

성공했던 그룹은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구글 머신러닝 스터디’의 경우는, 하고자 하며 열의가 넘치고 순전히 공부가 하고 싶은 친구들을 대상으로 받았다. 타 지역에 있는 친구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슬랙을 이용한 정보 공유가 매우 활발했고, 말하고 의도한 바를 매우 잘 따라주었다. 모두들 알아서 공부하고, 서로 모르는 거 질문하고 답변하는 등 매우 긍정적이었으며 그룹장인 내가 그닥 걱정하거나 하진 않았다. 모두 잘 따라주었고 오히려 내가 더 못 해줘서 미안할 지경이었다.

여기서 성공한 그룹의 특징을 짚어보자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겠다.

실패했던 그룹은

실패한 그룹의 특징들은 다음과 같다.: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겠다.

그래서 실패할 그룹을 어떻게 살릴 수 있을까?

최근의 고민은 바로 그것이다. ‘명백히 실패할 것으로 보이는 그룹원들을 데리고 어떻게 성공적으로 이끄는 리더가 될 것인가?’ ‘열정만 있는 친구들을 어떻게 목적의식을 부여할 것인가?’

생각했던 방법들과 그에 대해 따라 온 고민들에 대해 정리해 보겠다.

  1. 자발적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과제를 줌
  2. 할당제를 준다 (주 3회 이상 알고리즘 문제풀이 등)
  3. 주 몇 회씩 강의를 한다

첫 번째는 안 하면 손 쓸 도리가 없다. 안 하는 걸 억지로 시킬 순 없고, 성인이나 됐는데 강제로 시키는 것도 매우 웃기다. 두 번째는 학원도 아니고, 어린 애들도 아니고 강제로 할당제를 줘서 무엇이 얻어지지? 거부감? 그룹에 대한 부담감? 그리고 그런 거 줘서 잘 할 친구면 애초에 첫 번째만 줘도 잘 하지 않았을까 싶다. 마지막이 가장 별로다. 너무 쉽게 얻은 정보는 너무 쉽게 사라진다. 빈 깡통에 고철조각 집어 넣고 기도하면 컴퓨터가 되고 로봇이 되나? 자신이 고민하고 자신이 배치해 봐야 각각의 부품들이 무슨 역할을 하고 이 큰 시스템 안에서 무슨 위치인지 알 수 있고 이렇게 얻은 지식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또한 이런 방법을 취하면 수업만 다 듣고 나면 땡! 모든 정보를 얻어냈다고 생각한다. 언제까지 이런 학원 식 공부에 익숙해져 있으려고 하는 지 잘 모르겠다. 이건 비단 대학생들에게서만 보이는 증상이 아닌 사회인에게도 보이는 증상이다. 모든 정보를 쉬이 얻으려고 하고 돈 내고 강의 들으면 그것에 대해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곤 한다. 더 파고들거나 더 알아보려고 하지 않는다. 이럼 강의를 하는 의미가 없지 않는가?

마치며

그룹을 이끈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늘 고민하고 늘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판단하려고 한다.